유시민이 통역한 “박근혜 속내”, 이보다 정확하긴 어렵다.

“내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지? 메롱!”

1일 방송된 JTBC <썰전> 유시민 작가가 ‘번역’한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가 감춘 최후의 ‘속내’를 그럴 듯하게 유추한 것이다. 수위는 약(?)하지만, 적확해 보인다. 바로 다음날 분노의 촛불을 불렀던 걸 상기하면 신사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유 작가는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의 4분 10초짜리 담화를 짧고 굵게 분석했다. 반대편의 전원책 변호사도 “번역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그냥 해석만 하면 된다”던 전반 2분 30초를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난 애국자야, 난 결백해! 난 먹은 게(?) 없어. 아래 것들이 다 먹었어(?). 그거 관리 못한 게 내 유일한 잘못이야.”

동의하시냐는 진행자 김구라의 질문에 전 변호사도 고개를 끄덕인다. ‘국민대통합’을 이룬 박 대통령의 업적(?)이 빛나는 순간이다. 이 요약이 촌철살인이라면, 유 작가가 박 대통령의 후반부 담화 1분 40초를 정리한 내용은 ‘유정리’라 불릴 만한 ‘사이다’ 강의였다.

“난 잘못 없는데 자꾸 시끄럽게 나가라고 하니깐 나 결심했어! 국회에서 합법적인 절차와 일정을 만들어주면 받아들일게. 하아는 없어! 괄호 열고, ‘너네 합의 못할 걸?’, 괄호 닫고.”

박 대통령의 배후조종 세력은 그 국회의원?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JTBC

“공을 야당에 넘겨 놓으면 지금 여야에서 대선주자들, 각 정파들, 새누리당의 비박 중에서도 생각이 다른 분들, 다 생각이 다르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게 예컨대, 개헌과도 물려 들어가 있고, 탄핵 절차와도, 특검 절차와도 물려 들어가 있는 거예요.”

유 작가의 번역에 공감한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부언이다. 그리고 그 분석은 현실이 됐다. 아니, 분석이라고 할 것 없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대처를 주시하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썰전>의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라도 감지했고 예상했던 수순이기도 하다. 유 작가의 번역보다 더한 버전들이 SNS 상에서 논의됐고, 그 분석 글에 대한 ‘성지순례’가 이뤄졌으며, 이미 기사화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하면 그 안에 개헌과 함께 가서 다음 정부를 새로운 정부로 처음부터 건설하자. 이에 대해 각 정파간 생각이 달라요. 이걸 청와대가 모를 리가 없잖아요. 누구 못지않게 청와대가 잘 알고 있단 말이에요. 이번에 다 떠나간 것 같지만 이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등장한 거야.”

이 시국에 <썰전>이 남다른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이유도 이러한 전 변호사의 발언과 같은 분석에 기인할 것이다. 여러 언론이, 또 눈 밝은 국민들이 분석하는 현 사태의 시사점을 잘 편집된, 직언이 난무하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자신의 예언(?)을 솔직히 드러냈다. 마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견했던 것처럼.

“짐작되는 사람이 하나 딱 있습니다. 현역 의원으로서 그 동안 친박계 핵심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차마 여기서 공개를 못 하겠어요.”

전 변호사가 조심스러워하자, 유 작가가 칼을 꺼내들어 되받아 쳤다. “대통령 보고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그러자 전 변호사가 “나도 그 분이라고 짐작을 해요”라며 화답했다. 구속된 최순실의 빈자리를 과연 누가 채웠을까 하는 전 국민적 호기심이라 할 만한 그 사안 말이다. 여기에 대해 유 작가가 부연을 했다. <썰전>의 강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JTBC

“당장 눈앞에 나타난 3차 담화의 정치적 효과를 보기 전에, 이건 되게 흥미로운 담화예요.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을 다 봤는데, 이번 게 가장 정밀하게 짜여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가감 없이 보여줘요.

우선 이 담화문을 가만히 뜯어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우선,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와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되게 잘 보여줘요.”

사실 국민들도 피로하다. 대통령의 거짓말로 점철된 담화문을 하나하나 뜯어 봐야 한다는 사실이. 물론 언론들이 이를 대신해 줘야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질문 하나 못하는 기자들과 그들이 소속된 언론과 방송을 국민들은 이제 쉽게 믿지 못한다. “행위뿐만 아니라 부작위(의무불이행)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라며 전 변호사까지 거들고 나선 유 작가의 분석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이유이리라.

“그래서 담화문의 전반부는 틀림없이 대통령이 구술하고 그것을 좋은 문장으로 정리한 거라 보고요, 뒷부분은 아이디어를 모아가지고 전문가들이 문장을 짠 거예요. 우선 앞부분을 보면 대통령의 자의식이 보이는데요, 대중들이 화를 내든지 말든지 대통령이 정직하게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밝힌 거예요. 아주 지독한 나르시시즘이고요, 그리고 ‘나는 애국자’라는 확신이에요.”

두 번째는 법의식인데요. 우리 법은 국가보안법을 제외하고 모든 형법이 행위를 처벌하는거예요. 생각과 의도를 처벌하는 게 아니고요. 범죄의 의도가 없어도 범죄로 규정된 행위를 저지르면 처벌하는 거예요.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이 일이 법에 어긋 나냐 아니냐를 생각하는 게 아니고 본인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만을 눈여겨보는 거예요. 박 대통령이 그런 의식이 없었다고 봐요.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지, 고의 또는 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봐요. 그래서 확신이 있으니까 무지무지 억울한 거죠.”

정작 억울하고 자괴감이 드는 건 국민들이지만, 카메라 앞에선 대통령이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를 항변하는 꼴이다. ‘확신범’이라 무섭고, 나르시스트라 더 무서우며, 범죄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 더 공포스럽다. 그리고 전 변호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민낯을 8.87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썰전>의 시청자들이 죄다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썰전>의 시청률은 ‘확신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슬프지만, 그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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